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絲 ; 실 —Tailoring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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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콜렉티브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1

< Ahlfah! Collective x Tranquil House >

 

김동현 개인전 

 

≪ 絲 ; 실 —Tailoring all odds  ≫

 

2025.09.20(토) - 10.12(일)

오전 11시 - 오후 8시 (매주 월요일 휴관)

알파콜렉티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51-14

 

 

<작가노트>

 

'Rock of Eye' 라는 말이 있다.

일상 영어 표현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새빌로의 은어다. 

뜻은 '테일러의 직감'-Tailor's instinct- 이라는 뜻이다.  

'눈에 익은', '눈에 굳어진' 이란 표현으로 의역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장인이 도구에 기대지 않고 본능적인 움직임만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10여 년 전 나는 영국의 BESPOKE TAILORING을 배우기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 

(테일러링) 언어를 익히고 그들의 기술을 배웠다. 기술을 익혀 습관이 되었다. 습관을 익히고 보는 눈을 배웠다. 

안목을 배우고 보니 왜 그렇게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을 배웠다. 

단순히 말해 우리는 왜 한복을 만들었고 그들은 왜 양복이라 불리는 SUIT를 만들었을까 생각했다.

 

'Rock of Eye'는 그간 골똘히 앓아온 고회의 의복적 해답이었으며 테일러링의 공예적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다. 

그것은 또한 내 작업 신조이기도 하다.

 

 

絲 ; 실

 

작업을 진행하며 머릿 속에 떠나지 않았던 것은 실이다. 

실은 이 작업에서 2가지 의미로 사용 되었다.

첫번째는 가닥이다. 바느질을 통해서 옷감을 꿰매어 의복을 만드는 것이 테일러링이다. 

이번에는 그 재료를 삼베, 명주, 춘포, 견 등 서양식 의복에 잘 쓰이지 않는 우리 옷감으로 정했다. 

양모와 다르게 위의 재료들은 원단을 구성하는 실 가닥의 힘이 너무 세서 실로 실을 잡고 있기가 어려웠다. 

원단 자체가 변형, 즉 TAILORED되는 것을 거부하는 듯 싶었다. 실로 가닥을 달래듯 봉제했다.

 

두번째는 선이다. 봉제를 하기 전에는 도면을 그려야 한다. 

각 부위의 치수를 재고 옷본을 만드는 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시스템으로 이미 정해진 선은 옷 하나하나의 생동감을 부여할 수 없다. 정지된 선이기 때문이다. 

봉제된 의복의 패턴은 모두 흐르는 분필로 재단을 한 것이다(운필).

 

전통적 테일러링의 구조가 반영된 옷은 춘포-3버튼 네루칼라 자켓-와 삼베-안동포 더블자켓-다. 

비스포크 테일러링에서는 캔버스를 넣고 구조를 입체화 한다. 

이와는 달리 위의 옷감으로 만든 동양의 옷은 컨스트럭션이 없는 흐르는 구조이다. 두 벌의 자켓을 통해서 방법론과 물성의 충돌을 기대했다.

검정 비단으로는 1가지의 윗 속곳-셔츠-과 얇은 저고리-스탠드 칼라 자켓-를 지었다.

 

몰골沒骨은 동양화 묘법(描法) 가운데 하나로 형체의 윤곽을 필선으로 그리지 않고, 수묵 또는 채색으로 대상을 그린다.

마찬가지로 이 2개의 옷은 뚜렷한 실루엣을 의도하지 않았다. 견사는 그 의도에 충실한 직물이다.

마지막으로 먹으로 물들인 무명은 마고자-네루칼라 자켓-를 만들고 명주로는 배자-GILET-를 만들었다. 원단의 질감이 도드라진 봉제를 의도했다.

 

 

마치며,

 

인간 정신의 형상적 존재를 구성하는 관념은 신체의 관념이며, 신체는 각자 많은 부분으로 합성된 많은 개체들로 합성되어 있다.

하지만 신체를 합성하는 각각의 개체의 관념은 필연적으로 신 안에 실존한다. 

따라서 인간 신체의 관념은 인간신체를 합성하는 부분들의 관념들인 많은 관념들로 합성되어 있다.

- 스피노자 <윤리학> 2부, 정리 15의 증명결론 -

 

위의 정리중 '인간, 신체'를 '옷'으로 바꿔도 그 뜻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복에 대한 사고의 확장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배우고 작업하며 옷을 그런식으로 바라보았다. 새로운 옷(양복)을 배우러 갈 땐 이방인으로서는 그런 관념들을 얻기가 더뎠다. 

돌아와서는 내가 자란 곳의 옷과 옷감에 대해 알지 못해 어두운 밤 길을 걷는 듯 했다. 

그러나 천천히 간 만큼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의 의복을 면면히 고찰하고 각자의 세계를 폭 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의복의 심미적 가치는 그 의복이 만들어졌던 문화와 지역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 

어느 시대의 어느 한 지점에 있는 사람들의 취향을 좌우하는 태도, 분위기, 감정, 선호들은 점차적으로 그 시대의 멋과 생활 전체의 양식을 반영하는 시대정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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