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이나영
Nayoung Lee

조각들의 방.

 

말로 옮기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희로애락의 수많은 결들, 그리고 찰나의 사라짐들. 이 흐름들은 뚜렷한 형태를 갖지 않지만, 분명히 어떤 방식으로 몸을 통과해 지나간다. 피고 지고 썩고 흙으로 돌 아가는 식물의 생처럼, 내면의 떨림 또한 순환하며 다른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이 움직임은 하나의 생태계이며, 조용한 환기이기도 하다.

 

툭 떨어지는 단어들, 내면 깊은 곳에서 불쑥 솟아오른 어떤 흔적들. 실수처럼, 혹은 오래된 기억의 잔상처럼, 그 조각들은 불완전하지만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침묵을 천천히 모으고, 서로 다른 결을 덧대며, 색과 물성으로 봉합해 간다. 이음과 틈, 충돌과 스밈 속에서, 하나의 감각이 서서히 표면 위에 떠오른다. 마치 꼴라쥬처럼, 말보다 앞선 감각의 언어로.

 

전시 공간에 놓인 작은 큐브 형상들은 그런 조각들의 방이다. 이름 붙이지 못한 마음이 잠시 머물렀다 간 서랍 같은 곳. 각각의 큐브는 조각된 기억이며, 침묵의 무게를 품은 소우주다. 색은 스며 있고, 기운은 눌어붙어 있으며, 사라져 가는 흔적은 물성 위에 조용히 남아 있다.

 

그 조각들은 한 사람의 것이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의 것이 된다. 언어 이전의 마음 조각들을 모두가 품고 살아가듯, 이 방은 어느 누구의 내면에도 이어질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며, ‘조각들의 방’은 그렇게 태어난다.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감정이 스쳐 지나간 자리들로 가득 찬 방. 설명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선명한, 그래서 더욱 솔직한 이야기들이 그 안에 놓여 있다.

작업노트 중 -

OPENING HOURS

TUESDAY - SUNDAY 11:00 - 20:00

CLOSED ON MONDAYS

ADDRESS

551-14, SINSA-DONG, GANGNAM-GU,

SEOUL, SOUTH KOREA.

ADMIN@AHLFAH.COM | TEL. +82 (0)2 514 0342

© 2025 by Ahlfah! Collective.

  • Instagram
bottom of page